얼마 전에 작년 겨울, 너와 이별 이란 인상적인 일본 영화를 한편 봤는데요, 악에 관한 표현이 무척 마음에 들어 여기저기 정보를 뒤적거려보니 나카무라 후미노리 라는 작가의 원작이 있는 영화더라고요. 잘은 모르지만, 일본에서는 유명한 상도 받고 꽤 이름이 알려진 작가인가 본데요, 국내에는 영화의 원작은 출간되지 않은 것 같아 작가의 다른 책을 두 권 구매했습니다. 그중 가장 기대작이었던 <교단X>를 읽었습니다. 주인공인 나라자키 도루는 썸을 타려고 하던 여성 다치바나 료코가 실종되자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나이도, 직업도, 사는 곳도,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나 그저 이름과 서로 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는 것 외엔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단 것을 새삼 깨닫죠. 나라자키는 친구인 탐정 고바야시에게 그녀의 뒷조사를 의뢰해서 흔적을 쫓아가던 중 <교단X>의 존재를 알게 되는데... 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사이비 종교라는 건 자신들만의 룰을 만들고, 외부로 새어나가는 걸 철저히 은폐하는 기질이 있다고 알려져 있죠.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모르기 때문에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를 가지게 됩니다. <교단X>에서는 크게 두 개의 사이비 종교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2차 대전 후 스즈키(후에 이라야로 개명)의 제자로 있던 마쓰오와 사와타리가 각자 만든 사이비 종교단체가 그것입니다. 마쓰오는 정신적 세계를 중시하는 편이었고, 사와타리는 육체를 중시하는 교파로 세력을 넓혀 가게 되죠. 그래서 그런지 마쓰오 교주의 기묘한 이야기 챕터로 구성된 마쓰오의 교리는 영지주의적이고, 사와타리의 <교단X>는 뭐랄까... 혼자 있을 때 읽는데도 낯 뜨거울 정도로 원색적입니다. 하지만 이 책 <교단X>에서 정작 작가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엄청 심오했다가, AV같다가, 근친상간에 갑자기 순수한 사랑타령까지 뭐 정신 사납기만 해요. 섹스에 얽매여 목숨이라도 내줄 듯한 등장인물들을 보면 당췌 이해가 가지도 않고요. 거기다 하도 늘어놓는 사건들도 많고, 여러 명의 시점이 등장하다보니 아차하면 맥락을 놓쳐서 도통 무슨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어요. 독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 가독성이 엄청 떨어지더라고요. 악 에 대해 늘어 놓는게 음... 그냥 허세나 중2병 정도로 느껴진다고 할까요?( 나는 내 인생을 모욕하기 위해 여기에 왔어. /p.113) 이쯤 되면, 작년 겨울, 너와 이별 이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강해지기도 하고, 이 책만 놓고 본다면 그다지 추언하고 싶진 않은 작가에요.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악과 가면의 룰 이란 책이 한 권 더 있으니 마저 읽어봐야 <교단X>만 이렇게 복잡하고 늘어지는 건지 아니면 작가의 글이 원래 이런 건지 판단이 설 것 같네요. 심오해 보이는데 원색적이고, 작가는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무척 많아보이는데 정작 전 알아 들을 수 없었던 책, <교단X>였습니다. 붉은 달의 바람그늘https://blog.naver.com/kaketz0703/
정교한 언어로 구축한 현실 사회의 축소판!일상을 무력화시키는 돌발적인 픽션의 등장 ‘교단 X’‘공포’가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을 살아가는 요즘, 우리 앞에 또 하나의 충격적인 공포가 재현된다. 아쿠타가와 상, 오에 겐자부로 상을 수상한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데뷔 이래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던 ‘악(惡)’을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인간의 결함을 파고들어 그 영혼마저 지배하는 이름 없는 종교 ‘교단 X’. 그리고 끝없는 지옥 속에 스스로를 가둔 절대악 사와타리. 오직 파멸만이 예고된 그 절대적 어둠 앞에서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라는 견고한 시스템마저 붕괴되고 만다. 이 세상으로부터, 신으로부터 거부당한 ‘교단 X’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교단 X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처럼 인간이란 무엇인가, 세계란 무엇인가와 같은 궁극적인 질문을 정면으로 파헤치는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 라고 밝혔다. 작가의 말처럼 교단 X 에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온갖 비현실적인 사건들뿐만 아니라 최신 과학, 생물학, 우주론 등이 총망라되어 있다. 그리고 그 방대한 지식들로 구축된 견고한 세계관을 교단 X 에 투영시키고 있다.이처럼 교단 X 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중첩되어 있다. 인간의 가장 나약한 모습부터, 내면의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추악한 모습, 그리고 전쟁, 테러, 빈곤 같은 우리가 직면해 있는 현실의 여러 문제들까지. 작가는 그 중첩된 이야기를 통해 ‘신의 존재조차 의심하고, 부정하게 만드는’ 이 암울한 세계를 ‘인간이 어떻게 통과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삶이라는 길을 계속 걸어야 하는 우리에게.
제1부
제2부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