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뜨고 있는 신인인 것 같다.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소설을 쓰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인다.독립적이면서도 관련이 있는 이야기들이 묶인 소설집이다.제목들은 모두 빌딩 주소를 빌리고 있으며,그 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그리고 그 인물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고,특이하고 비정상적이기까지 하다.심지어는 초현실적인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기도 한다현실성과 공감을 소설의 미덕으로 여기는 나로서는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소재와 줄거리지만,새로운 시도와 독특한 관점을 보여준다는 점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도시의 뒤편이 품은 마법 같은 자화상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장강명의 첫 번째 작품이다. 소설의 배경은 신촌, 그 중에서도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르·메이에르 3차 빌딩과 그 주변이다. 이 건물 8층에 사는 여러 인물들의 사연을 평행적 구성으로 보여 주면서, 동시에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실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작가는 신촌에 대해 남다른 애정과 연민을 가지고 있다. 도심의 활발함과 역사적 그늘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신촌에는, 현대 도시의 전형적인 인간 군상들이 집결하는 곳이다. 이 곳에는 가난과 부유함, 새로운 것과 낡은 것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동시대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일반적·평균적인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소위 ‘잉여인간’들이다. 가출 소년과 나이 어린 임산부, 호스티스, 나이트클럽 웨이터, 그리고 여론조작 사설기관 멤버들, 쥐의 생김새를 닮은 청소년들, 알코올중독자와 그 아들…. 일반적인 평범함에서 조금 빗겨나 있는 이들의 일상은, 읽는 이로 하여금 현실에 기반한 사실성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 준다. 일상생활이 주는 익숙함과 안일함에 젖어 있는 우리들에게, 르뮈에르 피플 은 우리 사회의 암울한 단면을 경험하게 한다. 각기 다른 내용인 듯 하지만 결국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잠시 일상의 테두리를 벗어나 보는 것도 가능하다.
801호 박쥐인간
802호 모기
803호 명견 패스
804호 마법매미
805호 돈다발로 때려라
806호 삶어녀 죽이기
807호 피 흘리는 고양이 눈
808호 쥐들의 지하 왕국
809호 동시성의 과학
810호 되살아나는 섬
해설 반인반수의 생태학: 정은경(문학평론가)
8층 복도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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