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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잃어버린 아이

shungru 2023. 5. 23. 10:01

검붉은불줄기에 맨발로 허겁지겁 들판으로 빠져나온 카를린은 평화로운 마을에 도착하면서부터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세상편해보이던 그 마을에서의 차가운 응대와 잡아서 고아원에 보내자는 사람들을 피해 석상들이 사는 마을에 도착했으나 그곳에서도 다른 카를린을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어디를 가더라도 이상한 아이 취급하고 다른 다는 이유로 틀렸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만난 멋진 어른....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을 바보라 부르지만 카를린 만큼은 그를 편안한 눈길로 바라보며 따를 준비를 한다... 각박한 세상에서 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일깨워주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동화이다

다르면 좀 어때요?세상의 편견에 가로막힌 어린이 난민의 슬픈 민낯 우리는 알게 모르게 네 편과 내 편을 가르기를 참 좋아합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고향이나 출신 학교를 물어보는 것은 아주 예사로운 일이지요. 작고 사소한 부분에서라도 비슷한 점을 찾아내 어떻게든 빨리 같은 편이 되고 싶은 심리가 은밀하게 작용하는 까닭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보고 따져 보아도 같은 편이 될 만한 공통점이 발견되지 않을 땐 순식간에 태도가 달라집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상대방을 외면하고 배척하지요. 집을 잃어버린 아이 에 나오는 카를린도 바로 그런 일을 겪게 됩니다. 카를린은 갑작스런 전쟁으로 하루아침에 가족과 집을 잃고 떠돌이 신세가 된답니다. 한참을 헤맨 끝에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에 이르러 물 한 모금과 빵 한 조각을 요청하지요. 하지만 그 마을 사람들은 싸늘한 얼굴로 경찰을 불러 카를린을 쫓아냅니다. 단지 어린아이가 구걸을 하러 다닌다는 이유로 말이지요.숲속에서 밤을 보낸 카를린은 정처없이 걷다가 석상들의 마을에 다다릅니다. 석상들은 돌을 한 움큼 건네며 먹으라고 합니다. 카를린은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어요. 아무리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도 돌을 먹을 수는 없으니까요. 결국 석상들의 마을에서도 쫓겨나게 되지요. 그다음에는 숲 뒤쪽에 있는 황여새의 마을에 이릅니다. 황여새들은 먹거리와 잠자리를 기꺼이 내놓겠다고 장담하지만, 카를린의 엉덩이에 꽁지가 없다는 걸 알아채고는 차갑게 돌아섭니다. 꽁지가 없는 존재하고는 같이 살아갈 수가 없다나요?카를린은 할 수 없이 또다시 길을 떠납니다. 그리하여 송장까마귀의 마을로 이르지요. 송장까마귀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을 따듯하게 맞이합니다. 높은 나무 위에 지어 놓은 둥지도 기꺼이 내놓고요. 하지만 카를린은 그곳에도 계속 머물 수가 없었어요. 나무가 너무너무 높아서 둥지에 오를 수가 없는 데다, 송장까마귀는 죽은 쥐를 먹고 살기 때문이에요. 카를린은 지독한 냄새가 나는 죽은 쥐를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또 길을 떠나게 되지요. 이렇듯 집을 잃어버린 아이 는 자신들과 같지 않다는, 다시 말하면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외면하고 배척하는 우리의 간사한 마음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어요. 카를린이 만나는 다양한 종류의 동물과 사물을 통해서, 작은 일로도 편을 가르거나 자신의 이익에만 집중하는 이기적인 속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보게 하지요.